봉사활동&대외활동/ㄴ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2009)

“국토대장정,공부보다 값진 경험..인생의 터닝포인트”

루아, 푸, 친미, 오공, 책, 음악, 영화, 그리고... 2009. 9. 1. 02:52

<파이낸셜뉴스>

연신 쏟아붓던 폭우도, 뜨거운 태양에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열기도 국토 대장정에 나선 젊음이들의 발길을 멈추지 못했다. 하루에 30km씩 걷는 강행군이었지만 대원들은 한 발 한 발 포기하지 않고 국토에 발자국을 남겼다.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에서는 연신 땀이 쏟아지고 발은 상처 투성이가 됐지만 마음에 한 켠에는 조금씩 ‘자신감’이라는 열매가 자라났다.

지난 7월 1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된 제12회 동아제약 대학생 국토대장정이 566.3km의 긴 여정을 마쳤다. 대원들은 21일간 해남, 나주, 광주, 김제, 논산, 공주, 천안, 안양을 거쳐 서울까지 국토를 종단했다. 총 144명의 대원이 도전해서 142명이 완주에 성공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개최된 완주식에 참석한 대원들은 포기와 강행이 교차하는 체력의 한계 상황에서 끝가지 최선을 다하면서 얻은 성취감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이날 “완주식을 끝내겠다”는 진행자의 말이 마치자 마자 대원들은 무대위에 올라 대장정을 이끌었던 팀장을 하늘높이 들어올리며 행가레를 쳤다. 또 ‘화이팅’을 외치는 대원들에게선 여느 군인들의 전우애보다 끈끈한 동료애가 느껴졌다.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

이번 국토대장정의 슬로건은 ‘가장 큰 실패는 도전하지 않는 것’. 하지만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을 고취하는 이 슬로건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동아제약은 지난 해 뜻밖의 사고로 1998년 국토대장정이 시작된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완주에 실패했다. 연일 계속된 폭염탓에 여대생 대원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면서 더이상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대회 위원장인 강신호 회장은 여대생의 빈소를 끝까지 지켰었다.

지난해 상처가 아물지 않아 올해 행사 진행에 동아제약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렇지만 12년째 이어오는 국토대장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행사를 주최하는 동아제약에게도 이번 대장정은 도전이었다.

이번 도전에 성공한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완주식에서 “566.3km를 걸으며 만났던 고난과 역경, 그리고 이를 이겨낸 자신을 잊지 말라”며 완주를 축하했다.

■인생의 자신감 충만

이번 국토 대장정에 참여한 대원들 중에는 한창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릴 대학 4년생들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도서관에 앉아서 취업에 필요한 영어공부,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보다 국토 종단이 훨씬 더 값진 경험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숙명여대 4학년 강민지씨(23·여)는 “취업 준비를 하기도 바쁜 시기이지만 국토대장정 완주 경험은 어떤 스펙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됐다”고 말했다.

평소 소극적인 성격으로 친구 사귀는데 서툴었다는 군산대 4학년 박상훈씨(26)는 “국토 대장정을 마치고 나니 못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제는 어디를 가도 사람들과 쉽게 친해 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토대장정 참여에 미끌어졌던 그는 5수만에 이번 대장정에 참여해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한국해양대 4학년 진현우씨(25)는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었고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여유를 찾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

대원들은 국토대장정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진현우씨는 “대학생활이 아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국토 대장정을 치켜 세웠다.

강민지씨는 “20박 21일동안 대원들과 함께 고생하면서 ‘다름’의 차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앞으로 내 길을 나설 때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완주 소감을 밝혔다.

중학교 시절 미국 유학길에 오른 시카고 예술 대학 1학년인 강수려씨(21·여)는 “미국에서 5년 동안 생활하면서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다”면서 “이번 국토대장정으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전세계 대학생들에게 국토 대장정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국토대장정을 통해 우리나라 풍경을 한 껏 즐겼다는 그는 해외 유학생이나 해외 대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성공리에 국토대장정을 마친 동아제약도 이번 행사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1998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그 동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이에게 아날로그적 삶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도전’과 ‘열정’을 상징하는 문화코드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고 말했다.